(재)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Vol.15

디지털 리터러시가 미래 경쟁력이다.

사단법인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박일준 회장

리터러시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과거에는 글을 통해서만 지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전 세계 국가가 리터러시를 높이고 문맹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제는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래에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1997년 폴 길스터에 의해 주창된 개념으로 디지털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능력과 태도를 말한다. 협회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디지털 기술과 도구(소프트웨어 & 미디어)를 효과적·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데이터, 정보, 지식, 콘텐츠를 탐색, 수집, 분석, 통합함으로써 올바른 판단과 의사결정을 하고, 새롭게 생성/창작하며 다른 사람과 소통, 협력하는 동시에 건강한 디지털 시민으로서 주체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능력과 태도’라 정의(Center for Digital Literacy, 2021)한다.


협회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보다 정확히 정의하고 교육하기 위해 디지털 리터러시를 9개 역량, 총 54개 지표로 구분한다. DIQ(Digital Intelligence Quotient) 시스템을 통해 역량을 측정하여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유네스코(UNESCO)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디지털 리터러시를 미래 인재가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역량으로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사회가 되면서 건강한 디지털 시민으로서의 디지털 세상에서 관계 맺고 소통하는 역량이 중요해지며 최근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미래에 중요한 이유로 먹고사는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디지털 기술에 의해 미래 일자리 시장은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디지털을 잘 활용하는 사람은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디지털을 활용하여 높은 생산성을 내고 더 높은 수준의 일을 해내며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인공지능이 지시하는 단순한 수준의 일을 하며 적은 돈을 벌 수 밖에 없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노동의 생산성을 가르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수명 연장에 있다. 미국 UC버클리와 독일 막스플랑크인구통계연구소가 공동으로 내놓은 통계에 의하면, 인류의 평균 수명은 1840년 이후 매년 3개월씩 늘어왔다. 10년마다 2~3년씩 늘어난 셈이다. 오늘날 선진국의 기대수명은 80~85세이지만, 2045년이 되면 100세 시대가 열린다.

평균 기대수명이 100세라는 의미는 130세를 사는 사람도 있다는 뜻이다. 이제 ‘학업>직장>은퇴’의 3단계 생애 공식은 잊어야 한다. 과거 30~40년을 일하고 은퇴했다면, 100세 시대에는 최소 60~70년을 일해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최소한 3~5번의 커리어 변화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커리어 변화마다 재교육이 필요하니 사실상 평생 배우며 일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술의 변화도 점점 빨라지므로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배움을 놓을 수는 없게 된다.

평생 배움을 위해서 디지털 리터러시는 필수다. 협회는 디지털 리터러시의 9가지 역량 중 하나로 디지털 러닝 리터러시(Digital Learning Literacy)를 꼽는다. 누군가 가르쳐주는 것을 따라가며 배우는 역량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는 능력이다.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것을 접하고, 스스로 배우고, 실생활에 적용해보며 성장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천천히 발전하는 사회에서는 가르쳐줄 선생님이 존재하지만,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에 의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가르쳐줄 선생님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 가르쳐줄 사람이 존재한다는 건 이미 나만 빼고 다 알고 있다는 뜻이니 그만큼 뒤처지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 가르쳐 줄 사람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검색하여 디지털 데이터, 정보, 지식, 콘텐츠 등을 통해 배워야 하는 시대이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요한 좀 더 현실적인 이유는 허위정보에 속지 않고 스스로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컨설팅기업 가트너는 2017년 미래전망 보고서에서 “2022년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이 진짜 정보보다 가짜 정보를 더 많이 접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사회갈등지수가 대단히 높은 축에 들고, 특히 정치, 이념적 갈등이 심각하여 가짜뉴스, 허위정보의 문제가 더욱 크다.

정치, 이념적인 내용뿐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도 허위정보는 차고 넘친다. ‘콜라에 치아를 넣어두면 삭아 없어진다.’ 던가, ‘만리장성은 달에서도 보인다.’던가, ‘혈액형 성격설’ 등 이미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허위정보가 있다. 허위정보와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규제와 걸러내기 위한 디지털 기술이 개발되겠지만, 늘 나쁜 것은 선의의 노력을 앞서니 결국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허위정보에 속지 않고 스스로 판단할 줄 아는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이 필요한 시대이다.

최근 가짜뉴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국가적 과제가 되었지만, 한편에서는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열리면서 미디어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가장 큰 변화는 양방향성이다. 뉴스에 댓글이 달리고, 소셜미디어에 의해 공유, 확산된다. 무엇보다 개인 미디어 시대가 열리 면서 모든 국민이 정보 생산자가 되었다. 더는 소비만 하는 수동적인 주체가 아닌 것이다.

기존 미디어 리터러시에서는 비판적 사고를 강조해왔는데, 비판적 사고만으로는 허위정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허위정보를 생산, 유포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비판적 사고의 부재일까? 디지털 관계, 시민의식의 문제이다. 비판적 사고만 있고, 디지털 사회 속 인성, 소통의 태도, 공동체 의식과 시민 의식 등이 없어서이다.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교육도 필요하지만, 우선 디지털과 가까워지도록 하고, 디지털 공간에서 에티켓을 지키며 사람들과 건강하게 대화 나누는 법을 교육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추고,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도록 해야 하는 이유이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목표는 디지털 기술을 가르치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된다. 디지털은 좋은 도구이지만, 디지털 자체가 목적이 되어 기술 교육에 그치면 교육 목적의 본질이 훼손되고 왜곡될 수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목표는 디지털을 잘 활용하여 사람들과 소통하고 융합적으로 생각하며 다양한 해답을 찾아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 하는 데 있다. 이것이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이고, 우리 사회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준비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박일준
- 現사단법인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공동대표 회장
경력사항
- 금강기획 광고기획
- 현대방송 영화사업팀 마케팅 (현대그룹 계열 케이블 방송사)
- 인컴기획 광고기획팀 팀장
- 인컴브로더, 플레시먼힐러드, & 도모커뮤니케이션컨설팅 3사 전략기획 사업부장 겸직
- 도모커뮤니케이션컨설팅 대표이사 사장
- 인컴브로더 대표이사 사장
- Global MCN 기업 Xedi 최고비전책임자
- 공익마케팅협동조합 PUB23 이사장
- KCMG 한국갈등관리본부 대표
- 사단법인 자살예방행동포럼 LIFE 설립자 &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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