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Vol.17

'Post-학습시민’으로서 새로운 발돋움이 필요할 때

서울여자대학교
신민선 교수


20대 대선이 막을 내렸다. 각자 자신이 원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하며 조마조마 지켜본 3월 9일 선거 결과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비록 두 사람 간의 박빙이 예상되긴 했지만 표차가 0.73로 집계될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두사람 간 특표자는 24만 7천명으로 이는 무효표 30만 7천표보다 적은 수치다. 헌정 사상 최소의 표차이를 기록했다. 이제는 우스갯소리로 무언간 부족할 때 쓰는 ‘2 부족하다’는 농담이 ‘0.73 부족하다’는 표현으로 대치되고 있다.

이처럼 가장 유례없는 치열한 경쟁 속에 치러진 선거는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 세대별 갈등과 혐오가 표출된 이번 선거는 그야말로 극명하게 갈라진 대한민국 국민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대남’, ‘이대녀’로 표현되는 신조어가 나타났고 이는 성별 갈등으로 이어졌으며 연령대별 지지 성향은 세대별 갈등을 공고히 했다. 오죽하면 선거를 마친 후 거의 모든 언론 매체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도 나서서 “많은 갈등과 혐오가 표출된 격렬한 선거를 치른 지금이야말로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위해 나아가야할 때”라고 밝혔다.

이러한 대선의 경험은 그간 국민의 학습권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해왔다고 자부하던 평생학습 관계자에게 우리의 역할과 자세를 되돌아보게 한다. 2000년 「평생교육법」 이후 눈부시다고 표현할 수는 없어도 확고한 학교 교육의 경계 넘어 평생학습의 터전을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는 안위에 젖은 우리를 냉정하게 질타하고 있다. 이번 대선의 결과 나타난 분열된 사회상은 그동안 우리가 주장했던 평생학습이 ‘남을 딛고 일어서는 학습’이 아닌 ‘더불어 함께 사는 공존 학습’이라는 가치가 실제 작동되지 않았음을 증명한 것처럼 보였다. 기대했던 사회통합과 평생학습 간의 관계에서 거대한 균열을 발견한 것이다.

우리나라 평생학습 역사는 오래전 사회교육의 전통부터 시작한다. 1982년 「사회교육법」제정은 교육으로부터 소외된 국민들에게 단비와 같던 교육 기회를 제공했고 학습 약자가 그나마 사회인으로 살아가도록 기반이 되어주곤 했다. 본격적으로 지역주민이 평생학습이란 용어를 쉽게 사용하게 된 데에는「사회교육법」을 2000년「평생교육법」으로 전부개정하고 본격적으로 국민의 평생학습을 진흥하기 위한 ‘평생학습도시’ 정책 사업부터였다. 2001년 광명시가 교육부로부터 1호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받은 이후 2022년 현재 이미 190여개의 지방자치단체가 평생학습도시가 되었으니 지역주민의 평생학습을 진흥하는데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지방자치단체 중 약 84가 넘는 도시가 평생학습도시가 되면서 학교 교육에 밀려 있던 학습자의 학습권은 어느 정도 보장받는 시작이 열리는 듯하다.

이제는 평생학습도시뿐만 아니라 장애인평생학습도시 지정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32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평생학습도시로 장애인의 역량 개발 및 지역 중심 장애인 평생교육 활성화 기반 조성을 위해 계속 지원, 신규 지원 등의 이름으로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힘입어 평생교육 관련 단체 또한 국민의 평생학습 진흥을 위한 다각도의 연대와 시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작년 11월 평생학습 관련 주요 5개 단체(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한국평생교육사협회, 한국평생교육학회,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는 ‘보편적 평생교육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보편연대’)를 결성한 바 있다. ‘보편연대’는 보편적 평생교육 실현을 위한 대국민 공동 선언을 통해 전 국민의 평생학습 진흥을 위한 6대 과제를 도출하였고 SNS 서명운동 챌린지 진행, 교육부장관 및 국회의원 면담, 대국민 서명도 현재 진행 중에 있다. 평생학습 진흥을 위한 각계의 발빠른 움직임은 분명 국민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예전에 비해 주변에서 쉽게 평생학습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니 그 역할이 지대함을 부정할 수 없다.

그 결과 현재 대한민국에는 학습이 쏟아지고 있는 학습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근거리 학습 공간부터 대도시 평생학습관까지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어 가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러한 불신 사회에서 살게 된 것일까? 왜 서로의 다름을 견뎌내는 힘이 약할까? 자신이 원하는 학습을 향유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고는 하지만, 과연 우리의 학습이 자신이 아닌 타인을 향해 있는가? 나의 성장을 위한 학습은 ‘어제보다 나은 나’를 의미하지만 남을 딛고 일어서는 나만의 성장이 아닌 타인과 더불어 함께 공존 상생하는 학습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즉, 평생학습은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포용의 성숙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많은 갈등과 혐오가 표출된 올해의 대선에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지점이다.

1972년 포르보고서 이후 1996년 들로(Delors)보고서는 <학습: 우리 안의 보물(Learning: The Treasure Within)>에서 평생학습을 “21세기를 여는 열쇠”로 규정하면서 학습의 4개 기둥을 제안한 바 있다. 알아가는 학습(Learning to Know), 행하는 학습(Learning to Do),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상생 공존의 학습(Learning to Live Together), 존재 학습(Learning to Be)이라는 4개의 기둥을 강조하며 더불어 함께 하는 학습의 의미와 지향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동안 우리는 ‘모든 이를 위한 교육’이라는 명제 하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계층, 성별, 연령, 직업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학문을 향유해야 함을 강조해왔다. 평생학습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평생학습을 통해 모든 국민이 변화하는 사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제는 보편적 평생학습의 기본권을 넘어 사회적 신뢰와 관용을 위한 ‘Post-학습시민’으로서의 새로운 발돋움이 필요할 때이다. 사회 공동체 일원으로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상생 공존의 학습시민이 되기 위해 평생학습의 렌즈로 이 사회를 들여다보고,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부단한 대화와 토론, 공론이 형성되는 장 마련에 학습시민의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대선 결과를 지켜보며 ‘Post-학습시민’의 재탄생을 기다려본다.



 성 명 : 신민선
 소속/직위 :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 경력(활동사항 포함)
 - 현) 사단법인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회장
 - 전) 사단법인 한국평생교육사협회 회장
 - 전) 광명시평생학습원 원장

뉴스레터 구독신청

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