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Vol.12

전문가 칼럼

모두가 함께 하는 평생교육을 향하여

- 코로나19 종식 이후의 평생교육을 위한 과제 -

고영상(국가평생교육진흥원 연구개발특임센터장)

어느 지역, 어느 부문을 막론하고 2020년 한 해는 코로나19(COVID-19)의 창궐로 인한 암울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평생교육 역시 코로나19의 타격을 피해갈 수 없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1)응답자 전체의 30% 이상이 코로나19로 인하여 평생교육 참여를 포기하거나 중단하였다. 특히 평생교육에 참여 예정자 또는 실제 참여 중이던 사람으로 한정할 경우, 75% 즉 네 명 중 세 명이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이후 평생교육의 취소 또는 중단 경험을 하였다.

코로나19가 평생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방식은 다양하다. 특히 공공영역의 평생교육은 국가적으로 진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완전히 멈추다시피 하였다. 일부는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하기도 하였지만, 다른 일부는 이조차 포기하였다. 단순한 지식과 정보의 전달 수단이 아니라, 학습자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삶의 변화를 위한 실천 유도를 더 강조한 때문이다. 서로 만나지 않고는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고, 교육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 하느니 차라리 상황이 진정되기를 선택한 것이다. 한편,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하고자 하더라도 현장에는 이를 위한 시설과 장비도 부족할뿐더러, 교수자나 학습자 어느 쪽도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힘든 문제도 있었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에 휩싸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이 일 년 내내 지속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감염병 대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싹트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이르면 2021년 4월경부터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 하고, 하반기부터는 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은 반년 후에는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마음에 설레기 시작한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 찾아올 삶의 정상성은 과거와는 많이 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여러모로 우리 삶에 큰 타격을 주었고, 지난 1년간 우리의 생활 양상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위기 순간에 나타난 각국 시민사회의 저력은 시민의 사회참여가 더 확대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의 방역 모형은 시민참여에 의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기초하고 있고, 방역 ․ 사회안정 ․ 경제안정의 선순환 고리를 챙긴 대표 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스웨덴, 뉴질랜드 등 시민참여 기반 방역을 실시한 국가에서 사회적 혼란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반면 불충분한 시민참여와 방종 수준의 개인 자유가 난무한 국가에서는 방역도, 사회적 안정도, 경제적 가치도 한순간에 잃을 수 있음을 목격하였다. 코로나19의 종식 이후에는 시민참여의 확대 요구는 계속될 것이고, 특히 이미 오래된 위기로서 기후환경변화 분야에서 더욱 이슈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정보통신기기를 적극 활용하는 디지털 생활양식이 삶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전통시장 장보기조차 온라인 주문이 이루어질 뿐 아니라, 수많은 활동에서 온라인으로 실시간 대화와 토론, 공동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보화기기를 이용하는 수준을 넘어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사회활동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 한 예측불가능한 사회가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럭비공같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회 환경에서 따라가기 식의 적응은 그 힘을 잃을 수박에 없다. 능동적, 창의적, 주체적 생활 양식이 요청되고 있다.

셋째, 글로벌가치사슬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30여 년에 걸쳐 심화된 지구촌의 분업 사슬이 한순간에 끊어졌고, 새로운 분업체계가 형성되고 있다. 코로나19로 국경을 넘나들기 어렵게 되자, 물류비용보다는 기술력, 국경 넘나들기의 용이함(국제관계), 소비시장 규모 등이 더 중시되고 있다. 더욱이 생산체계가 디지털변혁과 맞물려 이제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업과 공장은 이러한 조건들을 토대로 재배치, 재구성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의 환경이 뒤바뀌고 있고, 그만큼 개인과 사회의 생산 역량에서도 변화가 요청된다. 학교에서 한 때 배운 것으로 평생의 직업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난 지 오래고, 전통적 학력사회도 그 끝을 바라보고 있다. 생활 속에서 각자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계발하는 것이 정상적으로 인식되는 사회가 현실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삶의 양식은 과거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고 새로운 정상성(뉴 노멀, new normal)을 향하여 진화일 것이라는 데에 많은 이가 공감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스라엘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어느 언론 인터뷰에서 “오래된 규칙은 산산조각이 나고 새로운 규칙은 아직 쓰여 가고 있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삶의 양식의 변화는 특히 평생교육을 진흥하는 접근 방식을 재구성할 것을 요구한다. 평생교육이 삶의 필요에 대응하여 개인과 사회의 역량을 높이는 실천 활동이라고 할 경우, 평생교육의 재구성은 삶의 양식 변화에 따른 숙명이기도 하다. 각자의 삶의 행태와 사회 구성이 바뀌는 데 특정한 평생교육 접근 방식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삶의 변화 양상에 비추어 보면 평생교육의 접근방식은 다음의 것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평생교육에 대한 총체적 접근을 위해 노력하고, 분절화를 지양하여야 한다. 각자는 독립적 개체로서 개성을 지니고, 사회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인격을 지니고, 가족구성원이자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관계를 맺으며, 가치의 생산자로서 삶을 영위한다. 이들 삶 중 어느 하나라도 분리되거나 균형을 잃을 경우 개인적 ․ 사회적 병리현상이 발생한다.

평생교육은 총체로서 삶의 향상을 궁극적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부지불식간에 평생교육이 분절되고 심지어 배타적으로 다루어지는 흐름이 생겼다. 시민교육과 문해교육과 인문교양교육이 구분되고, 사회 참여를 위한 교육과 노동 시장 참여를 위한 교육이 섞일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교육의 소재와 주제에서 특정한 면을 강조할 수는 있을 것이나 이는 어디까지나 가르치려는 자의 입장일 뿐이다. 학습자에게 평생학습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노력으로서 하나로 수렴된다. 그러므로 삶의 조화라는 총체적 관점에서 평생교육을 바라보고 이에 적합한 평생교육의 양식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이는 구성원 개개인의 적극적 참여로 운영되는 시민사회의 확장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둘째, 평생교육의 양적 확대와 수월성 신장을 위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즉 평생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해가야 한다. 개인의 조화로운 삶을 위한 평생교육을 지향하려면 학습자의 현재 역량과 필요로 하는 역량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학습자 각자의 평생교육 이력을 파악하고 그 역량을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학습자의 역량에 맞추어 자신이 참여할만한 교육기회 즉 교육기관과 교육과정,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교수자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거나 상담을 통해 찾고, 최선의 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학습자의 학습이력정보, 교육기관의 운영 및 교육역량 정보, 교육과정 내용의 영역과 수준에 대한 정보, 강사의 역량에 관한 정보 등 매우 다양한 정보관리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현행 <평생교육법>이 언급하고 있는 “평생교육종합정보망”의 관점에서 학습계좌제, 강사정보은행제, 교육기관정보공시제, 평생교육인증제 등의 구축하고 연동할 필요가 있다.

셋째, 평생교육을 위한 민관의 거버넌스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현대사회에서 제도의 형성과 운영은 국가의 ‘통치’의 관점을 극복하고, 국가와 해당 부문 관계 집단에 의한 ‘협치’의 관점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사회가 고도로 복잡해지고 변화 방향에 대한 예측이 곤란해지자 사회적 실핏줄을 넓혀 사회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평생교육 부문에서 지난 20여 년 간 꾸준히 강조해온 각종 위원회와 협의회 운영, 평생교육 네트워크 구축 등도 이러한 맥락 속에 있다.

그런데 현재의 평생교육 거버넌스는 두 가지 중요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먼저, 공공영역에 집중한 거버넌스 체제로서 성장해 왔다는 점이다. 국가-시도-시군구가 협력한다는 점은 명확해졌지만, 민간 참여자는 체제 구성에서 깊이 고려되지 않는다. 한편, 거버넌스 각 참여주체의 역할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거버넌스 참여자는 모두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평생교육 실시자로서 평생교육기관이 있고, 평생교육 후원자로서 각종 기관과 단체가 있으며, 각 참여주체의 행위를 촉진하고 지원하는 진흥자로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역할에 따라 평생교육 정보체계를 형성하고 연동할 때 평생교육 거버넌스는 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넷째, 평생교육을 국가의 지속발전을 위한 투자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헌법은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 참여를 국민의 권리로 보고 정하고 있고, 교육참여권을 “다른 기본적 인권을 유효하게 하기 위한 전제로서 그 기초가 되는 기본적 인권”으로 해석한다(헌재 1992.11.12., 89헌마88, 4. 739). 그러므로 국민의 권리에 대한 국가의 의무로서 헌법은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고 따로 명시할 뿐 아니라, 관련 제도의 운영과 재정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평생교육의 현실은 특이하게도 소위 ‘수익자부담’의 원칙을 내세운다. 평생교육의 가치가 학습자의 개별적 이익 즉 사익(私益)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이 비용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일종의 ‘시혜’로 인식한다. 이런 인식 아래에서 국가가 평생교육에 투자할 리가 없다. 지난 반세기 한국의 평생교육 재정은 교육재정의 1%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빈약하고, 평생교육 재정을 다루는 법률조차 제정되어 있지 않다. 이제라도 평생교육을 국가발전을 위한 투자 대상으로 명확히 인식하고, 평생교육재정 관련 법률 제정을 포함한 각종 평생교육제도의 정비가 요청된다.

코로나19 창궐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는 사회의 모든 부문에 위기를 가져왔고, 삶의 양식 속 깊은 곳까지 변화를 자극하였다. 평생교육 역시 이 위기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종식 이후의 삶은 이제까지와는 새로운 양식을 요청하고 있고, 평생교육도 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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