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Vol.14

우리 사회에 다문화 수용성이 필요한 이유

우리 사회에 다문화 수용성이 필요한 이유

이동은 박사(목포대학교 교육학과)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세계적으로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이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을 잠시만 검색해보면 길거리에서 단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매를 맞고, 테러를 당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과 기사를 볼 수 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시작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아시아인들이 증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외국인이라는 것 때문에 누가 맞거나 테러를 당하는 것 같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슬림 여성이 히잡을 쓰고, 지나가는 한국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봐도 친절하게 대답하기도 한다.

물론 항상 이렇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든 외국인에게 친절한 것만은 아니다. 특히 내전으로 모국을 탈출하여 우리나라에 온 사람들이 난민을 신청하기라도 하면 눈에 불을 켜고 반대한다. 이 사람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해서 우리가 가진 것을 빼앗아갈까봐 노심초사한다.

우리 사회에 이주민들이 점점 늘어가면서 이러한 모순을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전남지역의 경우 결혼이주여성의 비율은 가히 전국 최고 수준이다. 단순히 통계 숫자로만 보면 많지 않지만 주민 인구수 대비 비율이 매우 높다.

결혼이주여성이 늘고, 소위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면서 이제 다문화 가정, 다문화 자녀, 다문화 학생이라는 말은 결코 낯선 말이 아니다. 이들은 일반 이주 노동자와는 달리 우리 집안에 시집온 ‘우리집 사람’이다. ‘우리집 사람’ 즉 우리아내, 우리엄마, 우리며느리, 우리이웃, 우리직장동료 이기 때문에 이들은 우리 가정, 우리 사회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을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결혼이주여성(또는 남성)을 ‘우리집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 이들이 가지고 있었던 친정의 문화를 무시하는 편견도 같이 나타난다. ‘우리 집에 시집왔으니까 우리 집 문화를 따라야 한다’는 전근대적인 편견이 살아난다. 이러한 편견 속에서 이들은 자기의 문화를 인정받는 ‘다문화’, 서로 함께 존중하며 살아가는‘공존’이라는 문화를 경험하지 못한다. 이들은 자신이 살아왔던 출신국의 문화를 잊어버리고 살도록 강요받게 된다.

이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바로 다문화 수용성이다. 다문화 수용성이란 자기와 다른 문화, 즉 이주민의 문화도 가치가 있다고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을 말한다. 우리 전남 지역의 다문화 수용성은 전국적으로 볼 때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에서 말한 편견이 단순히 필자의 주관이 아니라 실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전남지역에 이주해온 이주민들, 결혼이주여성들, 이주노동자들이 결코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집, 우리 사회에 들어온 이 사람들이 살아왔던 문화, 즉 그들의 모국 문화도 진정 가치 있는 것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그럴 때 이들은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고,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이것은 역으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해외 동포중에서 어떤 나라의 경우 우리 동포들을 자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차별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 다른 나라의 경우 우리 동포들이 한국문화를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인정해주고 존중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사회에서 우리 동포들이 더 건강하게 살고, 또 그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지 실제 사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학문적인 근거도 있다. 전 세계 13개국에 사는 이주 청소년을 대상으로 모국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누가 더 성공적으로 사는지 비교해봤다. 이주 청소년들은 모국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이주한 나라의 문화에 적응하려고 할 때 가장 성공적으로 살 뿐 아니라 가장 만족하게 살고 있었다. 이주민이 자기 모국의 문화를 존중할 수 있도록 우리가 포용하는 것, 즉 우리가 다문화 수용성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준다.

이주민과 공존한다는 것이 그들의 행복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행복에도 중요하다. 이주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이 그들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우리들, 그리고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 전라남도 시민들이 다문화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다양한 문화를 지닌 사람들이 공존하며 문화적으로도 풍요롭고 살기 좋은 무지개 빛 가득한 전라남도를 우리가 만들어 가야한다.


이동은
- 목포대학교 교육학(평생교육)박사
- 목포대학교 교육학과 교원
- 목포대학교 다문화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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