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7
내 머리 속에는
도적놈이 있다
애쓰고 배와서 쟁여놓으면
흔적도 없이 가져가고 없다
사람 환장할 노릇이다
아따, 그래도 오늘 도적놈은
양심이 쪼깐 있는갑다
받아쓰기를 하는데
몇 자를 놔두고 갔다
그놈이 양심은 있네
위 글은 ‘2024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대회 최고상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받은 전라남도교육청벌교도서관(관장 문성혜) 초등학력과정 박화자(73세) 수강생의 시 ‘도적놈’이다.

박화자 어르신의 ‘도적놈’은 글자를 배우고 또 배워도 자꾸 잊어버리는 것을 도적놈에 비유한 시로, 나이 들어 공부하며 겪는 어려움을 전라도 특유의 사투리로 유쾌하게 풀어내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벌교도서관은 박 어르신 외에도 초등학력인정 2단계반 수강생 김성심(69세) 어르신이 ‘버스타기’로 전라남도교육감상을, 임필자(74세) 어르신은 ‘내 아들아’로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은 교육부가 주최하고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해서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 참여자의 학습 성과를 격려하고 문해교육 참여 촉진 및 동기 유발을 위해 매년 개최된다. ‘문해, 온 세상이 다가온다’를 주제로 개최된 이번 공모전에는 전국에서 1만9천여 명이 참여했다.

박화자 어르신은 39세에 홀로돼 가난과 싸우며 억척스럽게 자녀 셋을 잘 키워냈다. “배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려요. 머릿속에 도둑이 들어서 맨날 훔쳐가 버려요. 글을 배우니 자식들에게 편지도 보내고 택배도 마음대로 보낼 수 있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이런 세상이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두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도서관이 있어서 정말 고맙죠. 상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하늘을 날 것 같이 기뻤다”면서 눈가가 붉어진다.

김성심 어르신은 까막눈으로 살다 글을 깨우친 기쁨을 시 ‘버스타기’로 잘 표현했다. “공부하기 전에는 글자를 몰라 버스를 탈 때 동네 사람이 타면 뒤따라서 정신없이 타야 했었는데 지금은 스스로 탈 수 있어 무엇보다도 기쁘고 보람이 있다. 수상 소식에 딸이 가장 기뻐했다”면서 활짝 웃었다.

임필자 어르신은 “도서관에서 위유미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셔서 정말 고맙다. 건강이 허락하면 중학교까지 가고 싶고, 아들에게 일상적인 글자를 써주기까지 70년이 걸렸다”면서 아들 며느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벌교도서관에서는 비문해 성인을 위해 초등학력인정 2단계 과정 1개 반을 편성해 주당 3일씩 운영하고 있다. 문성혜 관장은 "여러 가지 이유로 초등 교육의 기회를 놓친 성인들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 국어, 수학, 영어는 물론 소풍, 체험학습 등 교과 외 과정도 활발히 운영하고 있으며 3단계 과정을 수료한 학습자들은 별도의 시험 없이 초등 학력 인정서를 받게 된다"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한편, 전라남도는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수상자와 전남지역 문해교육 학습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도지사상 10명 등 총 143명에게 상장을 수여한다. 전국 수상작을 포함한 150여 작품은 오는 10월 25~26일 나주 빛가람호수공원에서 열리는 ‘2024년 전라남도 문해한마당’ 행사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취재: 박정희 기자(pkjh21@hanmail.net) [2024년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 스토리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