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Vol.16

지역의 교육의제를 함께 논의하는 정담회

- 김성근 (순천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 센터장) -



마을교육공동체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

순천마을교육공동체는 2018년 10월 전남에서 최초로 구축된 마을교육공동체 중간지원조직인 ‘순천시마을학교지원센터’ 활동과 함께 본격적으로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이후 중간지원조직의 다양한 역할을 고려하여 ‘순천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로 명칭을 변경하고 활동의 폭을 높이고 있습니다. 2018년 교육부의 ‘풀뿌리 교육자치 협력체계 구축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현재까지 마을과 학교를 연결하고, 양 기관(순천시, 순천교육지원청)을 연결하고, 마을교육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과 활동을 진행해 왔습니다. 순천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이하 센터)는 ‘마을교육공동체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만들고, 엮어가는 일’이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시대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지역의 아이들을 키우는 역할과 책임이 더 이상 학교에만 부과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지역의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려면 지역 전체가 나서야 하고, 지역의 모든 주민이 아이들을 위한 교사가 되고, 친구가 되고, 부모가 되어서 공교육에 대한 공동의 권한과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지역 주민만이 아니라 지역의 공공 기관, 사회단체, 기업, 작은 공동체 등이 공동 책임자자로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역교육력회복실천공동체

순천에는 지역의 교육력을 회복하려는 실천공동체가 있습니다. 이 모임은 ‘정담회’라는 이름으로 학교 교사, 교육청 장학사들을 비롯해서 시의원, 지자체의 공무원과 마을교육활동가들, 지역아동센터와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와 같은 교육기관들, 지역 활동가들, 순천시민 등 다양한 사람들 200여명이 지역의 교육의제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열린 공간입니다. 순천시민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정담회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정담회는 매달 첫째 주 화요일 오후에 가지고 있는데, 2018년 10월부터 2021년 12월 현재까지 35차의 모임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정담회에서는 지역의 다양한 교육의제들을 다루게 되는데 단톡방을 통해 이번달의 의제를 정하기도 하고, 함께 이야기 하고 싶은 주제들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2년전 이 자리를 통해 교육경비지원과 관련된 논의가 시작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지역 내 교육경비 포럼이 열리기도 하였습니다. 이어서 교육지원청에서는 교육경비관련 용역을 통해 연구과정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올해는 공청회를 거쳐 교육경비에 관련한 조례를 개정발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정담회가 공론의 장으로서 시민들이 시 행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역의 교육의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못했던 많은 시민들이 교육의제들을 이해할 수 있는 장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열렸던 35차 정담회는 ‘정담회를 돌아보다’라는 주제로 열려서 지난 정담회가 나에게 어떤 곳이었고, 앞으로 정담회가 어떤 자리가 되기를 바라는지 함께 이야기하고 서로가 준비한 성탄선물을 나누는 따뜻한 시간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정담회가 열린 뒤 이틀 후에 지자체 공무원(순천시 평생교육과 과장 이하)과 교육지원청 공무원(순천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 이하), 중간지원조직 활동가 (센터장, 사무국장, 마을교육팀장)들이 모여서 매월 1회 정기적인 실무협의회를 가집니다. 실무협의회는 정담회에서 논의되었던 교육의제가 공론으로만 끝나지 않게 하려고 논의하고, 나아가 각 기관별 사업을 공유해서 함께 마을교육공동체를 일구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마음이 오가는 공동체

지역교육력회복실천공동체는 간혹 단톡방을 통해서 따뜻하고 정감어린 활동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작년 연말에는 순천중앙로터리클럽에서 지역의 아이들에게 전달해 달라고 귤 20상자가 센터에 맡겨졌습니다. 센터는 정담회 단톡방에 이 사실을 알리고 어떤 곳의 아이들에게 전해지면 좋겠는지를 물었습니다. 한 시의원이 지역아동센터가 47개소 있으니 그곳에 보내자고 제안했고 이 제안은 모두에게 동의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귤은 20상자였고 보낼 곳은 47곳이니 여기저기서 귤1상자를 지원하겠다는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임시 통장계좌를 개설하고 귤 1상자 값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모아진 귤상자는 47상자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남은 금액은 나중에 의미 있는 활동에 보태기로 하고 우선 귤상자를 모든 지역아동센터로 보내야 했습니다. 센터는 일손이 부족하여서 혹시 배달을 도와줄 분들이 있는지 다시 단톡방에 글이 올라갔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또다시 여기저기서 배달을 자청하고 나섰고, 이 모든 것이 3일안에 이루어졌습니다. 지역의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들이 오고가는 정감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마음이 들어 뭉클했다.


십시일반, 이심전심

몇 달이 지나고 다시 정담회 단톡방이 아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뜨거워졌습니다. 온마을온종일 돌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디딤돌 공유공간은 학교와 가정에서 지내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곳입니다. 이곳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건들, 특히 몸을 움직여 활동하거나 게임하는 것을 사주면 어떠냐는 제안이 다시 들어왔습니다. 모두 십시일반으로 1만원씩 후원하자는 이야기들이 올라오고 모금을 위한 임시통장계좌가 공지되었습니다. 불과 세시간만에 목표금액인 40만원이 채워지고 이틀이 지나고는 61명 참여하고 75만원이 모아졌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모두의 관심으로 정담회가 이루어지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듯 모두가 한마음으로 아이들을 환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감동 그 자체입니다. 시청, 교육청, 센터, 마을학교, 순천시민 등등 단톡방에 계시는 정담회의 다양한 분들이 마음을 보내오셨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계속 이어집니다. 작년 구례지역에 수해가 났을 때 함께 마음을 모으는 과정에서, 시민들뿐만 아니라 정담회에 참여하고 있는 학교 선생님들과 그 반의 학생들이 성금과 편지를 보내온다거나, 어느 학교의 학부모가 어려움을 당하고 있고 이를 위해 학교 학부모회가 돈가스를 만들어 판매한다는 이야기에 즉각 여기저기서 돈가스 주문이 들어와서 평소 주문량의 5배가 주문되기도 했습니다. 정담회는 순천시민들을 교육의제로만이 아니라 서로가 따뜻하게 연결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담회는 순천마을교육공동체의 심장과 같습니다. 순천의 마을교육공동체 곳곳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서로의 필요를 돕기 위한 일들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센터가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기에 마을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들을 많이 만들려고 합니다. 읍면동 단위의 교육거버넌스를 위해 마을교육자치회를 꾸리거나,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기 위해서 동천, 순천만습지, 철도등을 주제로 마을교육과정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또, 전래,생태 마을놀이 강사, 회복적서클 진행자, 교육농 마을강사, 기후위기대응 교육활동가 등등의 마을교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 김 성 근
  • 학력

    2021. 명지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2012. 한세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 이력

    재미난협동조합 이사

    순천도시농부협동조합 이사장

    회복적생활교육/평화교육 강사

    순천교육지원청 화해조정지원단 단장

    회복적대화모임 진행자

    하늘빛교회 담임목사

    순천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 센터장

뉴스레터 구독신청

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