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Vol.16

'글자를 넘어 일상으로' 찾아가는 생활문해교실

‘귀명창 진도 사람들’의 장구장단

덩~ 덩덕궁 덩~ 덩덕궁!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흥~ 아라리가 났네
문경 세제는 몇 굽이인가
굽이야 굽이굽이가 눈물이로구나.”

진도군 고군면 신진노인복지센터에서 뜬금없이 세마치 장구 장단에 진도아리랑 합창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곳 문해학교(초등 2단계) 학습자들이 이날 배운 장구를 즉석 연주하면서 부르는 진도아리랑이었다.

​ “얼씨구 좋다!”
“아따, 오늘 공부는 겁나게 재미지네!”

진도 사람들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남도의 대표적인 민요가 진도아리랑이다. 게다가 학습자들은 너나없이 진도아리랑 선소리 매김 몇 소절 정도는 능숙하게 할 줄 알고, ‘귀명창’이라는 소리까지 듣는 ‘판소리 열성 팬 진도 사람들’이다.

그래서 김정희 강사의 지도로 장구를 배운 학습자들의 진도아리랑은 한참이나 이어졌다. 학습자들은 전통악기 장구 장단을 배우는데도 그리 어려워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유행하는 트로트 몇 곡도 직접 장단에 맞춰 신명나게 합창을 했다.

​ 이날 학습자들은 장구 장단 공부를 하면서 사용했던 미니 장구를 선물로 받았다. 미니 장구는 실제로 장단도 연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쁜 장식용으로도 멋진 기념품이다.



보이스피싱 예방과 ATM 이용에 자신감까지!

진도군 고군면 벽파회관 문해학교(초등 2단계)와 신진노인복지센터 문해학교(초등 2단계)에서는 지난 9월 28일과 30일, 10월 2일 등 사흘 동안 ‘찾아가는 생활문해교실’이 열렸다.

‘덩실덩실’ 우리 전통악기 장구를 배우는 문화예술 이야기와 금융사기 예방교육,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하기 등을 다룬 경제 이야기, 그리고 ‘이순신의 명량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한 역사 이야기를 두 문해학교에서 하루 한 과목씩 진행되었다.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에서 ‘글자를 넘어 일상으로’​라는 주제로 진행한 생활문해교육이다. 그동안 문해학교에서 성인문해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를 하던 학습자들은 이 새로운 기획의 학습에 많은 관심과 흥미를 갖고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생활문해교실에서 학습자들은 세 과목 모두 즐겁게 공부했지만, 특히 ‘경제 이야기’ 과목에 진지한 관심을 보였다. 그동안 뉴스나 자녀들의 주의를 통해 자주 들었던 보이스피싱 같은 금융사기 이야기로 평소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을 때 마다 긴장하는 어르신들이었기에 현금자동입출금기는 가까이 가기조차 꺼려하는 그림의 떡이었다. 그런데 강사들은 실제 있었던 금융사기 피해 사례를 실감나게 들려주면서 귀에 쏙쏙 들어오게 보이스피싱 예방교육을 해주었다.

또 학습자들 개개인에게 제공된 태블릿PC로 직접 실습하면서 배우는 현금자동입출금기 이용 수업은 흥미는 물론 생활 속의 무인정보 단말기에 대한 자신감까지 안겨주었다.

“비밀번호를 찍을 때는 아무도 못 보게 이렇게….”
“다음에 통장 정리할 때는 나도 한번 해봐야지.”

학습자들의 소감을 들어보면, 이제는 ‘시골 노인들’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게 된, 다들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경제문제를 해결해주는 ‘생활경제 체험학습’이어서 유익하고 좋았다는 반응이었다. 이날 경제 이야기는 곽미숙 진도군 문해교사가 맡았다.


“명량대첩은 우리 앞바다 울돌목에서 벌어졌어요!”

‘찾아가는 생활문해교실’ 마지막 수업은 역사 이야기였다. 역사 이야기 강의는 박남희 진도군 문해교사가 맡았다. 이번 수업은 학습자들이 어려워하거나 낯설어 하지 않고 편안하게 공부한 과목이었다. 이순신 장군과 명량대첩은 진도 학습자들이 친숙할 만큼 잘 아는 역사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명량해협은 바로 벽파문해학교 앞바다이고, 해마다 진도군에서는 명량해협의 진도대교 옆 울돌목에서 ‘명량대첩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와 더불어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축제여서, 진도 사람들이 너나없이 잘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과 명량대첩이다. 또 진도 사람들이 유일하게 육지로 소통하는 진도대교는 명량대첩의 울돌목 위를 건너간다.

학습자들은 임진왜란과 거북선과 충무공 이순신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었고, 울돌목에서 조선 수군 판옥선 13척과 어민들의 배 100여 척으로 일본군 전선 133척을 물리쳐 명량대첩을 이루었다는 대목에서는 박수까지 치면서 좋아했다.

난중일기를 공부할 때에는 이순신 장군의 나라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진도 학습자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강강술래를 배우면서 다시 분위기를 바꾸어 청사초롱 만들기에 집중했다. 청사초롱 만들기 체험은 박지우· 김효원 강사가 진행했다.

“아따, 청사초롱 예쁘다! 잘 만들어서 집에다 걸어둬야지.”
“청사초롱 봉께 시집가던 날이 생각나네. 그때는 꽃같이 이뻤는데 시방은 낯바닥에 주름만 남고….”

만들기 체험 강사들과 곽미숙· 박남희· 곽순예 문해교사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청사초롱을 만드는 학습자들의 마음은 어느새 결혼하던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즐겁게 청사초롱을 완성한 학습자들은 강사들에게 자랑하듯 들어 보이면서 환하게 웃었다.

한편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에서는 참여한 학습자들에게 ‘학습 꾸러미’를 선물했다. 예쁜 꽃무늬 책가방에 컬러링북과 색연필, 노트와 연필 등 필통 문구세트가 들어 있는 학습 꾸러미를 받은 학습자들은 아이들처럼 즐거워하면서 활짝 웃었다.

마지막 수업날인 10월 2일 오후, 벽파회관 문해교실에서의 ‘찾아가는 생활문해교실’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취재 : 김영만 기자(moktak0408@hanmail.net) [2021년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 스토리기자단]

뉴스레터 구독신청

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