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Vol.25

“꿈이 있는 거북이” 중학교 3학년 됐습니다!

전라남도교육청 광양평생교육관(관장 양재호)은 지난 3월 4일 학력인정 문해교육 중학과정과 3월 5일 초등과정 입학식을 시작으로 2024학년도 초등, 중학 학력인정 성인문해 교육(빛드림학당)을 개강했습니다.

재학생들과 강사, 교육관 직원들이 함께해 신입생 입학식을 축하해 주었는데요. 교과서와 학용품, 축하 화분을 선물 받은 어르신들은 새로운 도전에 각오를 다지며 초, 중학교 학생으로 새학기를 맞았습니다. 어르신들의 새로운 도전을 힘차게 응원합니다.

올해 중학과정 3학년인 정영임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중학과정 3학년 정영임 어르신은 지난해 성인문해교육 기간 동안 열린 시화전에서 “꿈이 있는 거북이”로 전라남도교육감 상을 수상했습니다.

​“가난해서 초등학교만 나왔습니다. 평생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중학교 단계가 생겼다는 이야기에 첫 번째로 등록했습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미술 등 6과목이 있는데 그 중 국어가 재밌어요. 시 공부를 하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데 영어나 수학은 어렵더라구요. 선생님들이 입이 아프게 가르쳐 주시는데 돌아서면서 까먹어 버리는 저를 돌아보며 꿈이 있는 거북이를 썼습니다. 시가 뭔지도 모르고 마음에 있는 글을 썼는데 이렇게 좋은 상을 받아 잘 지도해준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받아도 되나 싶어서 상 받는 날 손이 덜덜 떨리더라구요.”

좋은 시는 아니더라도 마음속에 간직한 이야기들이 시가 되고 글이 되고 삐뚤삐뚤 자기 이름만 쓸 줄 알아도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며 마치 소녀처럼 환하게 웃었습니다.

올해 75세인 정영임 어르신은 배움의 소중함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90세 넘어서 초등학교 공부하는 동료들, 받침이 틀려 전혀 다른 뜻의 이야기들로 저녁을 먹었다, 저년을 먹었다. 신발 끈을 맸다. 시발 끈을 맸다. 등의 글을 보면서 남들은 웃을지라도 노인정에 앉아 있는 것 보다 이렇게 공부할 수 있다는 것만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죽을 때는 빈손 들고 가지만 살아생전에 한 글자 한 글자 글을 깨우칠 때 배움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습니다.”
중학3단계는 8명이 공부를 하고 있으며 올해가 지나면 중학교 졸업장을 받게 되는데 꿈만 같다고 열심히 배우는 학생으로 거듭나겠다고 합니다.

글씨체가 예쁜 정영임 어르신은 책 읽기, 신문사설을 빼놓지 않고 읽으신답니다. .
“책을 많이 읽습니다. 읽다가 좋은 글이나 마음에 드는 글이 있으면 메모를 합니다. 책을 좋아해서 아이들도 저에게 책 선물을 자주 해주는데 우리 집에 소설책, 유명한 위인전기 등 120여권이 있어요. 예전엔 신문을 받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알고 싶어 사설을 빼놓지 않고 읽었습니다.”

좋은 글은 밑줄치고 보고 의미를 깨우치느라 한참 걸렸는데 학교 다니면서부터는 의미를 알고 책을 읽게 되니 재밌다는 어르신은 자꾸 잊어버리지만 늦더라도 천천히 가자는 생각으로 공부한다고 합니다. “공부할 때 1등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면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열 자를 배워서 아홉 글자를 잊어버리고 한글자만 배워도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다닙니다. 광양평생교육관은 시설도 좋고 강사도 좋고 답답한 저희들을 가르쳐 주는데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더 많은 사람들이 중학교 공부를 했으면 합니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는 정영임 어르신에게 앞으로 계획을 물었습니다. “일반 고등학교를 정식으로 다니고 싶은데 자꾸 잊어버리고 머리도 안 따라주고 어린 학생들에게 피해가 될까 봐 두렵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성인문해 고등학교가 생긴다면 진학을 꼭 하고 싶습니다.”

집에 혼자 있을 때 마음속으로 시를 써서 읊조린다는 정영임 어르신, “밭에서 일하면서, 자연을 보면서, 자식들 생각하면서 순간순간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글로 써두었어요. 자꾸 머리를 쓰다 보면 치매도 안 오지 않을까요!” 제 기사가 나가면 다른 사람들도 용기 내서 공부하면 좋겠다며 호탕하게 웃으시는 정영임 어르신은 앞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엮어 시집을 내는 꿈도 꾸겠다고 합니다.

“2남 1녀 다 키워놓고 이제 다 늙어 공부하는데 교육감 상 받은 것이 집안의 영광이라며 축하해주는 아이들에게 감사해요. 며느리도 제 시를 찍어 가서 친구들께 자랑했다고 하더라구요.”
아이들의 응원에 행복하다는 정영임 어르신은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시를 쓰는 작업도 하고 있답니다. “그림을 그리려고 물감도 다 사놨어요 시든 꽃을 보고 시든 꽃 그림을 그려서 시도 써놨어요. 남들은 꽃이 시들었다고, 말라버렸다고 말하지만 나는 옥구슬 같은 주름살이라고 얘기하네. 주절주절 이런 이야기들을 그림 그려놓고 그 위에 시를 써놓아요.”

“2학년 마칠 때 중학교 교복 입고 사진을 찍었는데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꿈인가 하고 꼬집어 보기도 했습니다.” 참 좋은 세상이라며 활짝 웃었습니다.
정말 예쁜 중학생 모습인 어르신은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지만 내 머릿속에 든 것은 모두 내 것이잖아요. 내가 중학교 다닐 수 있는 것은 로또입니다. 아니 로또 당첨된 것 보다 더 부자된 기분입니다.” 혼자 공부하면 이해도 잘 안되고 어렵지만 같이 공부하니 재미있다며 영어를 몰랐는데 TV보다가 MBC, YTN 그런 채널을 알고 돌릴 때 뿌듯하다고 합니다.

남에게 피해주지 말고 인생을 살라고 아이들께 당부한다는 정영임 어르신은 공부를 하다 보니 끝없는 배움의 욕구가 생긴다며 졸업하면 그림공부, 한문, 가야금 등 교육관 다니면서 다양한 공부를 할 계획이랍니다.

인터뷰
위유미 국어담당 선생님


“하나를 배웠다고 자만하지 않고 하나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숨을 쉬지 않으시는 어르신입니다. 한 글자씩 배워가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믿고 꾸준히 노력하는 분이십니다. 인생을 참 열심히 살아오시며 삶에 무게를 이고 사신게 아니라 늘 꿈을 담고 살아온 따뜻함이 있습니다. 지도하고 있지만 저 또한 삶의 지혜를 많이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한 모습으로 배움의 열정을 이어가시길 응원합니다.”

인터뷰
양재호 광양평생교육관장


“우리교육관은 “꿈과 미래를 함께 여는 평생학습”을 실현하기 위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쾌적하고 안전한 문화공간으로써, 꿈과 재능을 키우는 학생프로그램, 삶의 가치를 높이는 지역민 프로그램, 배움이 즐거운 학력인정 성인문해교육 등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책으로 소통하는 독서문화 조성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늦은 나이에 배움을 시작하여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배우시는 어르신들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글자를 통하여 세상 속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성인문해교육 과정을 올해에도 더욱 알차고 내실있게 운영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성인문해교육이 즐거운 배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광양평생교육관에서는 2015년부터 성인문해교육을 시작해 올해 8명의 중학단계 졸업생을 포함해 총 63명이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아 직접 글을 쓰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행복을 누리게 됐습니다. 가난하고 어려운 시기였던지라 공부를 하지 못한 어르신들이 이젠 무엇이든 혼자 할 수 있게 행복의 날개를 달고 밝은 세상 속으로 훨훨 날으시길 응원합니다.

조경심 전라남도인재평생교육진흥원 Stor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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