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Vol.17

예향 남도의 예맥을 잇다 - 전남예능영재키움사업

전남예술고등학교
주경휘 교사



2022년!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보라! 이는 필자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학을 시작했던 1997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당시 한국은 국가부도의 위기에 처해 IMF의 관리를 받는 개발도상국이자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일본과 중국, 대만 다음으로 순위가 매겨지는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은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서 G7 국가 회의에 초대되었으며, K팝과 K드라마로 시작된 한류의 바람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중심 문화로 자리 잡았다. 문화 예술 발전이 불러온 전 세계인의 우리 문화 컨텐츠 소비는 기술개발로 이룬 경제 성장 만큼이나 고부가가치를 만들며 ‘문화가 힘이고 곧 경제다’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그렇다면 이런 한국 문화 예술 발전의 근원은 무엇일까? 개화기 이후 목포에서 활동하던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은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한국 근대 예술 발전을 견인하였다. 세월이 흘러 정치, 교육은 물론 문화와 예술마저도 수도권으로 집중되었지만, 유수한 남도 문화 유산 및 시대를 이끈 우리 지역 출신 예술가들의 활동과 업적 없이는 현재의 문화 예술 발전과 부흥이라는 기적은 없었을 것이라고 나는 장담한다. 그래서 예향 전남이라는 말에 대단한 자긍심을 갖는다.

그런데 과연 다가올 미래에도 예향 전남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까?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낮은 출산율과 이농현상으로 인한 전남의 학령기 인구 감소와 대중 문화를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한국 전통 예술이나 순수 예술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키고 보존해야 할 전통은 있으나 계승할 학생이 없으니 예향 남도의 예맥을 누가 어떻게 지키고 이어갈 것인가는 전라남도가 직면한 문제로서 전남예능영재키움사업이 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전남예능영재키움사업은 2017년부터 올해로 6년째 이어져 오는 사업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예술가의 꿈을 포기하는 학생이 없도록 전라남도와 전남예술고등학교가 업무협약을 통해 시행한 예술 인재 양성을 위한 첫 번째 교육 사업이다. 위탁 교육 기관인 전남예술고등학교는 서양음악, 국악, 미술, 무용 분야의 수업을 개설하고 예술 영재 교육 수준에 걸맞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제공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며 지역사회에서 예술영재교육의 필요성와 중요성을 일깨웠다. 그 결과 2017년 작은 걸음으로 시작했던 예능영재키움사업은 2020년에 진도국악고등학교, 2021년에는 창의예술고등학교가 사업에 참여하며 마침내 전문 예술인 양성 교육기관인 지역 예술고등학교들이 예술영재교육의 주체자로 나서게 되었으며 어느덧 예능영재키움사업은 전라남도 새천년인재육성 프로젝트 주요 사업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필자는 2017년부터 예능영재키움사업 담당자로 일하는 동안 비록 몸은 피곤했지만 배움을 향한 학생들의 열정과 학부모님들이 보여준 헌신적인 모습을 보며 사업 운영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전남 도내 각지에 흩어져 있는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수업 참여하기 위해서는 부모님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자녀들의 꿈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주말 휴식을 포기하고 장거리 운전을 하며 자녀들과 1년의 과정을 함께 해주신다. 아이들 또한 배움을 향한 열정으로 1년의 교육 과정을 성실히 수료한다. 이런 부모님들과 학생들의 모습에 필자는 교육자로서 책임감을 더욱더 무겁게 느끼며 학생 교육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느끼는 또 하나의 보람이자 기쁨은 학생들의 성장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이었다. 나무에 물을 주면 줄기와 잎이 자라고 마침내 꽃을 피우듯 예능영재키움 교육 현장 안에는 학생 저마다의 성장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있으니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2017년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보성 득량 출신 박도영 학생은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었고, 예능영재키움사업과 함께 멋있고 실력있는 판소리 인재가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사춘기를 지나는 동안 어찌 위기가 없었겠는가! 그러나 도영이는 지도 선생님과 부모님의 보살핌 속에 국악 인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2019년부터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성악을 배운 달리도에 사는 정예주 학생은 이제 중학교 1학년이 되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배를 타고 육지로 나와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만 도착하는 토요일 영재키움수업이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예주에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주는 3년동안 성실하게 공부하였고, 갈고 닦은 노래 실력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가수라는 꿈에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 이렇듯 전남예능영재키움사업은 예술에 재능있는 학생들에게 예술가의 꿈을 꾸게 하고, 그 꿈을 실현해 가는 장이 되고 있다. 그 귀한 가치를 알기에 지난 5년이라는 시간동안 기쁨과 보람을 느끼며 헌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재능있는 학생에게 꿈을 심어주고 키워가는 전남예능영재키움사업! 필자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예술가의 꿈을 꿀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남예능영재키움사업이 한걸은 더 나아가 예향 남도의 전통 문화를 계승할 진정한 예술 인재 양성의 장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지난날 한국문화예술을 견인했던 선배 예술가들의 뒤를 잇는 미래 예술의 주역들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 전남예능영재키움사업 교육자의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며, 전남 예술인재양성에 주체가 되어준 전라남도 관계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 성 명 : 주경휘
 소속/직위 : 전남예술고등학교/교사
 경력(활동사항 포함)
 :- 현 전남예술고 음악 교사
 :- 전남예능영재키움 전담 교사
 :- 무안교육지원청 무영영재원 예술강사 역임
 :- 광주시교육청 인정교과서 시창청음 집필위원
 :- 독창회 4회 외 다수 음악회 출연하며 성악가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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