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Vol.21

"한글 문해교실의 열기는 오늘도"

- 한글 문해교실을 강의하면서 -

                                                                                                                                                   문해교육사 임경금

 

작년 여름이 끝나갈 무렵, 강진군청 평생학습센터에서 강진양로원 한글 문해교실 강의를 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다문화 학생들을 대상으로 8년간 봉사를 해왔기에 강의는 부담이 없었지만 대상이 70~80대 고령의 어머님들이라 조금 걱정은 앞섰다. 하지만 맞춤돌봄서비스 일을 하고 있어 소통과 관계의 어울림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예전에 엄마가 이곳 양로원에 계셨던 터라 흔쾌히 받아들여 양로원으로 한글교실 강의를 나가게 되었다.


첫 인사를 마치고 출석부에 이름을 써가는데 아직 연필 잡는 것이 익숙하지 못한 어머님들은 밑글씨 위의 본인의 이름조차도 써내려가는데 서투르셨다. 기초 문자 교육의 기회를 놓친 분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에 서두르지 않고 모음과 자음을 시작으로 한 자 한 자 한글을 익혀 나갔고 틈틈이 스트레칭도 하고 야담도 곁들어 한글 공부에 재미를 갖도록 하였다.


하지만 웬걸! “힘드시죠?” 하고 여쭤보면 나보다 어머님들이 더 지치시지도 않고 “아니요, 재미있어요” 하시며 “우리보다 선생님이 더 힘드시지요”하고 걱정을 해 주시는게 아닌가!

그래도 글자를 배우겠다시며 지팡이를 짚고, 워커를 끌고 무거운 발걸음을 하시면서 누구 하나 지각도 결석도 없이 열심히 그리고 부지런히 글자를 익히시는데 주저하지 않으셨다.


제14장을 공부하던 때에 자기 가족 이름을 쓰는 단원이 있었는데, 팔십평생 살아오면서 딸 이름을 처음 써 본다며 눈물 흘리시는 한○○ 어머님.

어느 날은 낱말 채우기를 하면서 잘 쓰시나 한 어머님 곁에서 책을 들여다보니 아직 배우지도 않은 페이지에 문장을 빼곡히 써 놓으셨다. 넌지시 여쭤보니 밤에 같이 공부하는 친구와 둘이 서로 물어 가면서 한글 공부를 하셨다는 조○○ 어머님.

소망의 나무 1권이 끝나고 2권을 시작하는 날, 딸에게 한글을 배운다고 자랑을 했더니 우리 엄마 최고라고 그렇게 좋아하며 존경한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더라고 하시며 공부하는 내자신이 자랑스럽다고 하신 박○○ 어머님.

이제는 벌써 2권을 몇 장 남겨두고 칠판에 “맏이”를 “마시”로 읽으시면 “아니 아니” 천천히 다시 “마에 디귿 받침 장남” 하면 “마지” 하고 외치시는 우리 어머님들.


또 요즘 디지털화 되면서 단말기에서 주문과 결재가 이루어져서 어머님들께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려드리고 배워보도록 했는데, 신기하다며 꾹꾹 누르시며 “우리도 사용할 기회가 있을까”하며 연신 손가락으로 터치를 해보시는 우리 어머님들.

차곡차곡 읽는 재미와 글자의 쓰임을 알아보는 어머님들을 보고 나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어머님들의 열성과 소중한 인연을 위해 올해는 더욱 열심히 해서 자녀들에게 편지도 쓰고 연말에는 시화전도 열어 한글 공부 재량을 마음껏 펼쳐보게 하자고. 어머님! 이번 4월에는 코로나도 어느 정도 잠잠해서 외출이 가능하다고 하니 벚꽃피면 꽃구경도 하고 우리 카페에 가서 키오스크로 커피 주문해서 오붓한 시간도 가져보도록 하시게요.


항상 건강만 하세요. 사랑합니다.


제공 강진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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