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Vol.21

장성공공도서관, 제4회 초등학력 인정 문불여대학 졸업식 개최

- 평균 나이 72세 장성 할매 만학도 7명, 초등학교 졸업장 받아-

전남교육청 최초의 도서관인 장성공공도서관(관장 김광일)은 지난 2월 21일(화) 제4회 초등학력 인정 문불여대학(文不如大學) 졸업식을 개최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4~5년간 꾸준히 학습을 이어온 평균 나이 72세의 늦깎이 할머니 학생 7명이 졸업했습니다.
이날 졸업식에는 박해순(74세) 어르신을 비롯한 5명의 학생과 지도 교사, 가족, 도서관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어르신들은 긴 세월 꿈으로만 간직했던 공부를 위해 칠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 용기를 내 만학도의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가슴에 켜켜이 쌓인 한은 희망의 싹으로 움텄고, 드디어 오늘 행복의 꽃으로 활짝 피어났습니다.

졸업생들은 초등학력 인증서와 상장, 꽃다발과 함께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하늘을 날 듯 행복해하셨습니다.

졸업생 대표로 답사를 낭독한 박해순 어르신은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을 때 이름 석자와 주소를 쓰지 못해서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던 적이 많았습니다. 늘상 마음이 아팠고 답답하고 힘들어서 아무도 몰래 많이도 울었습니다. 처음에는 한글 배우러 다닌다는 게 부끄럽고 창피해서 얘기도 하지 않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알아가고 배워갈수록 배움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월은 바람처럼 흘러가고 있지만 우리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고 열심히 살아갈 것입니다.
우리에게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용기와 희망을 준 도서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박해순 어르신은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한 ‘2019년 전라남도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전남교육감 상을 수상했다고 문불여대학 담당 직원이 귀띔해 주네요.

졸업반의 담임을 맡았던 김정례 선생님은 축사에서 “한글을 모르는 엄마 때문에 내 자식이 무시당할까 봐 며느리, 사위한테는 비밀로 하고 조심스레 살았다는 한 학생의 말에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여기 계시는 어르신들은 평생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습니다. 늦게나마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 공부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돌아서면 배운 걸 잊어버리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 자리까지 온 우리 학생들,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의 졸업식은 참 따뜻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 서로를 축하하며 눈물을 훔치는 졸업생들과 가족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습니다.

장성공공도서관 김광일 관장은 “어려운 시절을 숨 가쁘게 살아오시다가 뒤늦게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내 배움을 이어가시는 모습이 참으로 소중하고 벅차게 느껴졌습니다. 세월을 한탄하기보다 용기를 내 공부를 시작하시고, 배움의 열정으로 한 자 한 자 글을 익힌 여러분께 문불여대학은 새로운 출발점이자 전환점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의 졸업장이 우리 어르신들에게 귀한 선물이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우리 도서관은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분들께 언제나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문불여대학은 2023년에도 1~3단계가 개설돼 3월부터 시작되고, 참여를 희망하는 분들은 도서관 독서·평생팀 사무실로 문의하면 된다고 합니다.

박해순 어르신을 비롯한 일곱 분 할머니 졸업생들의 앞날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며,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시길 응원합니다.

취재: 박정희 기자(pkjh21@hanmail.net)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 스토리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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