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12025년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 스토리기자단 유승희
"오늘 영화 뭐 하는디?"
"어이고, 벌써 시간이여? 빨리 가봐야제!“
매월 마지막 토요일 저녁, 반남문화복지센터에 하나둘 모여드는 주민들. 손에 든 건 팝콘 대신 이웃의 손, 그리고 살아온 이야기들이다. 2025년 5월부터 시작된 '반남영화관: 삶과 소통'은 단순히 문화를
즐기는 자리가 아니다. 함께 웃고, 때론 눈시울을 붉히며, 서로의 삶을 나누는 마음의 사랑방이다.

‘목사고을 배달강좌란?’
목사고을 배달강좌는 나주시가 평생학습 참여 기회와 여건이 어려운 읍·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찾아가는 교육 서비스이다. 학습공간이 확보된 5인 이상의 주민이 모이면 원하는 강좌를 신청할 수 있으며,
시에서는 강사료를 지원해 주민들이 무료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2025년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간 진행되는 이 사업은 올해 총 11개 강좌가 선정됐다. 인문·교양, 문화·예술, 취미·자격증 등 다양한 분야의 강좌가 개설되어 주민들의 다양한 학습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나주시는 2020년 대한민국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이래 '사람의 가치를 실현하며 도약하는 평생학습도시 나주'를 비전으로 혁신도시와 원도심, 농촌지역까지 소외 없는 촘촘한 평생학습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세 주체가 만든 마을공동체 평생학습 모델’
나주시평생학습관, 반남권역단위사업협동조합, 그리고 전문 강사. 세 주체가 손을 맞잡고 시작한 이 특별한 모임은 5월 24일부터 11월 29일까지 총 10회에 걸쳐 진행된다.
나주시평생학습관은 '목사고을 배달강좌' 사업을 통해 재정적 지원을 해주고, 반남권역단위사업협동조합은 공간과 운영을 책임지며, 강사는 프로그램 선정과 진행의 전문성을 더한다. 특히 협동조합 사무장님은 매번 직접
유기농 간식을 정성껏 준비해 참여자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운다.
이 세 주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하나의 프로그램을 완성해간다. 관 주도도 아니고, 민간 단독도 아닌, 진정한 마을공동체 기반 평생학습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 향유와 수다가 어우러지는 마을모임’
매월 마지막 토요일 저녁 7시, 때로는 7월과 8월처럼 격주로 모이며 총 10번의 만남을 이어간다. 참여자는 10명 내외로, 회차를 거듭할수록 주민들 사이에는 특별한 유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모임 전, 서로 자기 소개를 한다. 같은 동네에 살아도 평소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종종 나오기도 한다. 이후 강사는 오늘 나눌 이야기가 어떤 내용인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귀띔해준다. 이 소개 덕분에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무엇을 나눌지 방향을 잡을 수 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본격적인 이야기 시간이 시작된다.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으세요?", "혹시 비슷한 경험 있으신가요?", "만약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같은 질문들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진다.
처음엔 조심스럽게 한두 마디씩 꺼내던 주민들도, 회차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활발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 인생의 후반전을 함께 이야기하다‘
이번 강좌는 '우리 인생의 후반전'과 '다양한 우리, 마음을 잇는 소통'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나이 듦, 관계를 비롯해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지 함께
나누는 시간이다.
프로그램에서는 노년의 삶과 돌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을 함께 나눈다. 85세 주인공이 혼자서도 당당하게 인생 2막을 즐기리라 다짐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외아들은 간병이 어려운 상황에서
요양보호사를 들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 처음엔 서로에게 낯설기만 했던 두 사람이 점차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사이가 되어가는 과정 같은 내용들이다.
"저 할매 성질머리가 꼭 우리 어머니 같구만."
"요양보호사도 참 착하다. 요새 저런 사람이 어디 있어?"
"아이고, 우리도 저렇게 늙어가는 기여...“
이런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오간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함께 산다는 게 무엇인지, 누군가를 돌본다는 건 또 어떤 의미인지. 화면 속 이야기가 곧 우리네 삶의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한 참여자는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랑 똑같아서 남 일 같지 않더라"며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담 없이 함께 할 수 있다‘
반남영화관의 또 다른 매력은 '자유로움'이다. 출석을 체크하거나, 과제를 내주거나, 시험을 보는 일은 없다. 시간 될 때 오면 된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좋고, 이야기 나누기 부담스러우면
조용히 참여하고 가도 된다.
그래서 어떤 어르신은 매번 빠짐없이 오고, 어떤 분은 농사일이 바쁘지 않을 때만 온다. 어떤 분은 열심히 이야기에 참여하고, 어떤 분은 조용히 듣기만 한다. 그 모든 것이 허용되고 존중받는 공간, 그것이 바로
반남영화관이다.
소문을 들은 다른 지역 주민들도 가끔 찾아온다.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 줄 몰랐네요"라며 감탄하는 이들 덕분에 반남 지역과 반남문화복지센터의 홍보는 덤으로 따라온다.
’읍·면 지역 평생학습의 새로운 가능성‘
목사고을 배달강좌는 평생교육의 지역 격차를 해소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도시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읍·면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 찾아가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누구나 평등하게
배움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한다.
특히 반남영화관 사례는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동조합의 주도, 전문 기관의 체계적인 프로그램 기획이 어우러져 단순한 문화 향유를 넘어 소통과 공동체 활성화라는 다층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을밤, 반남에서 만나요‘
가을밤, 반남에서 문화 한 편 함께 누려보는 건 어떨까. 스크린에 비치는 건 화면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그곳엔 우리의 삶이, 우리의 이야기가, 그리고 우리의 희로애락이 함께 비춰질 것이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 저녁 7시, 반남문화복지센터에서 주민들이 손을 맞잡고 모이는 이 특별한 시간. 그곳에서 평생학습이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고 이웃과 소통하는 과정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나주시 목사고을 배달강좌가 읍·면 지역 곳곳에 배움과 문화를 배달하며, 진정한 평생학습도시로의 도약을 이어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