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Vol.19

시군 평생학습 소식

“과정이 즐거우니 결과가 아름답더라!”

-진도, ‘찾아가는 생활문해교실 글자를 넘어 일상으로’-

“공무원 시험 볼 것도 아닌데 살살 합시다, 엄매들!”
과정과 결과 중 어느 쪽이 중요한지 논쟁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물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혹은 개인적 소신에 따라서 답은 달라진다. 그러다 서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는 우문현답(愚問賢答)을 자아내기도 한다. 진도 성인문해교실에서 5년째 강의하는 기자는 해가 갈수록 생각이 ‘결과’에서 ‘과정’으로 바뀌는 것을 느낀다. 진도의 학습자들 중 70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고 대부분 80대에, 90대 초중반도 여럿이다. 이들 학습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기억력 감퇴다.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문해교육’의 결과라 할 수도 있는 ‘이해력’은 그 뒤로 밀려난다.

게다가 한글학교는 일주일에 두 번, 문해교실은 일주일에 세 번, 각 두 시간씩 수업을 한다. 농촌 지역의 고령 학습자에게 예습 복습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수업의 연속성까지 없으니 ‘인내’와 ‘반복학습’은 필수다. 학습자들과 수업하면서 교과 진도 나가는 일에만 집중할 수 없는 이유다.

“선생님들은 죽고살고 갈치는데, 배우는 대로 다 잊어버리니 어쩌까?” “엄매들이 운전면허시험 볼라요, 공무원시험 볼라요? 아무 걱정 말고 건강 챙기고, 수업 시간에 재미있게 공부하다 보면 머릿속에 남는 것도 있을 것이요. 그 무섭다는 치매예방도 할 겸 살살 합시다.”

그런데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24일까지 진도 일원에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찾아가는 생활문해교실’을 취재하면서 그 답이 우문현답으로 나왔다.

“과정이 즐거우니 결과가 아름답더라!”


집밥만 먹다가 세 번씩이나 맛난 외식
진도군은 2022년 현재 15개 초등과정 성인문해교실(8개 학급은 비지정 중학과정)과 77개 마을에서 한글학교를 운영 중이다. 한글학교는 2012년에 50개 마을에서 시작되어 한때는 137개 마을까지 늘었으나, 현재는 77개 마을에서 481명의 학습자들이 수업 중이다. 성인문해교실은 지난 2018년에 7개 읍·면 8개 학급에서 125명이 초등과정 수업을 시작하여, 2021년 3월에 70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했고, 올해는 31명이 졸업했다.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은 지난해부터 ‘글자를 넘어 일상으로’라는 주제로 ‘찾아가는 생활문해교실’을 운영 중인데, 올해 진도에서는 한글학교 1곳을 포함, 성인문해교실 3곳 등 4개 학급에서 각 사흘씩 진행되었다.

학급별 형편에 따라 하루는 ‘금융사기 예방교육’과 ‘현금자동입출급기(ATM) 이용하기’ 등 ‘경제 이야기’를 공부하고, 하루는 ‘덩실덩실 우리 전통악기 장구’라는 주제로 ‘문화예술 이야기’ 수업이, 그리고 하루는 ‘이순신의 명량으로 가는 길’ ‘청사초롱 만들기’ 등 ‘역사 이야기’ 수업이 열렸다.

“한글공부나 하지 뭔 은행 기계에다 알도 못하는 장구를 배운다고….”
수업을 앞두고 지정된 학급 대부분의 학습자들은 호기심을 보였지만, 뜻밖에 조금 겁(?)을 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는 이렇게 부추기기도 했다. “날마다 집밥만 먹다가 가끔 외식 한 번씩 하면 맛나잖아요?”


이러구러 진도군 의신면 청룡 문해교실(8월 31일, 9월 14일, 16일)과 칠전 문해교실(9월 14일, 16일, 24일)과 만길 한글학교(9월 13일, 15일, 17일), 그리고 고군면 지수 문해교실(9월 15일, 17일, 22일) 등 네 곳에서 ‘맛있는 외식’이 각 세 번씩 이어졌다.

경제 이야기 과목은 현재 진도에서 문해교사로 활동 중인 박남희, 박은섭, 주규래, 곽미숙 강사가, 문화예술 이야기 과목은 허정현, 김정희, 이영주, 박세리 등 국악인 강사가, 그리고 역사 이야기 과목은 박남희, 박은섭, 박현영(청사초롱 만들기) 강사가 맡았다.

“돈 다루는 일이라 겁나기는 해도, 한번 해볼까?”
경제 과목의 ‘금융사기 예방교육’은 주로 보이스 피싱 대처방법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공부했다. 도시나 시골도, 나이나 직업도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전화나 문자사기를 친다는 강사의 말에 학습자들은 화를 내면서도 숨죽여 집중했다.

“어디 할 짓이 없어서 시골 할머니들한테까지 몹쓸 짓을 하다니, 나쁜 사람들! 절대 속지 말아야지.”
그러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하기’는 많이 어려워했다.
“나는 우리 집 어른이 다 하니까 이런 거 안 해도 되는데….”
“암만 들어도 뭐가 뭔지 통 모르것네.”

난생 처음 만나는 컴퓨터(태블릿 피시)에 손가락으로 터치해보는 것을 신기해 하기는 했다. 그러나 화면에 나오는 ‘예금인출’ ‘예금조회’ ‘계좌이체’ ‘입금/무통장입금’ ‘신용카드’ ‘통장정리’ 등등의 낯선 용어와 그 기능의 이해에 힘들어 했다. 실제로 현장학습과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농촌에서는 학습자 연령층 대부분이 서로 안면이 있는 은행 창구직원의 도움을 받아 입출금이나 계좌이채 등을 하는 현실이다. 짧은 시간에 강사의 지시대로 터치나 해보는 ‘가상 체험’만으로는 직접 ATM기 앞에 서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 용기도 내기 어렵겠다는 학습자들의 생각이었다.
“기계에서 안내 목소리도 나온다니까 하면 될 것도 같은데….”
“나도 한번 해보고는 싶은데, 돈을 다루는 일이라 겁난다야.”


“워매 재밌는 거! 선생님, 이런 공부 자주 합시다!”

그러나 ‘문화예술’과 ‘역사’ 과목은 재미있고 흥겨워했다. 역사 과목은 전남 지역에서, 특히 해마다 ‘명량축제’가 열리는 진도대교 인근에서의 이순신 장군 활약에 대한 공부라 학습자들이 쉽게 접근을 했다. 진도 사람이라면 너나없이 부를 줄 아는 ‘강강술래’의 유래와 노래 부르기를 끝으로 한 시간을 마치고, 청사초롱 만들기로 이어졌다. 강사의 설명과 도움으로 직접 청사초롱을 만드는 표정들이 사뭇 진지했다.

가마 타고 시집가던 날을 떠올렸을까? 누군가가 콧노래처럼 흥얼거린다.
“청사초롱 불 밝혀라~ 잊었던 낭군이 다시 돌아온다~”
“이거 만들어 걸어놓으면 먼저 가신 낭군님이 돌아오실까?”
노년의 학습자들은 어느덧 낙엽 굴러가는 모습만 봐도 까르르 웃는다는 소녀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노래도 부르고 깔깔대기도 하면서, 내가 잘 만들었느니 너도 잘 만들었다느니 과정이 즐거운 시간이 금세 달려간다.

학습자들에게 지급된 소형장구를 치면서 전통악기 장구를 배우는 ‘문화예술’ 과목은 ‘찾아가는 생활문해교실 글자를 넘어 일상으로’ 프로그램 중에 가장 즐거워한 시간이었다. 진도 사람들, 특히 진도 여인네들, 그중에서도 나이 지긋한 학습자들은 너나없이 귀명창(소리를 감상하는 능력을 제대로 갖춘 사람)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게다가 대부분 진도 아리랑이나 농부가, 흥타령 등 남도소리 한두 소절은 즉석에서 부를 줄 안다.

입담 좋은 국악인 강사의 지도로 소리만 들어도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장구를 배우니, 앙금처럼 가라앉았던 신명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덩덕덕궁덕궁~ 휘모리장단을 배우고 직접 장구연주를 하면서 ‘두꺼비’ 노래를 부르고, 덩궁궁덕궁~ 자진모리장단을 배우고 강강술래하면서 불러본 ‘덕석몰기’ 도 부르고, 덩덩덕궁덕~ 새마치장단을 배우고는 ‘너영나영’도 부르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진도 아리랑’을 합창하니 끓어오르는 흥에 어깨춤이 절로 나온다.

“워매, 우리 엄매들 바람 들 것네.”
지켜보던 담임교사의 한마디에 학습자들은 유쾌하게 웃었다.
“십년만 젊었어도 한판 놀아볼 것인데 세월이 밉다 미워.”
“마음은 청춘인데, 다리도 아프고 굽은 허리가 말을 안 듣네.”


한편, 지수 문해교실에서는 장구수업이 끝나고 즉석 노래자랑이 벌어졌다. 허정현 강사의 재밌는 입담과 박세리 강사의 흥겨운 장구장단에 맞춰 깜짝 놀랄만한 남도소리 마당이 펼쳐진 것이다.

구순을 넘긴 맏언니 학습자의 흥타령 한 소절을 시작으로, 서로 질세라 진도 아리랑이며 농부가며 이날 배운 어영나영이 이어졌다. 이날 노래자랑의 절정은 지수 문해교실 반장의 흥타령이었다.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너도 나도 꿈속이요 이것저것이 꿈이로다
꿈 깨이니 또 꿈이요 깨인 꿈도 꿈이로다
꿈에 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 가는 인생
부질없다 깨려는 꿈, 꿈은 꾸어서 무엇을 할 거나
아이고 데고 어허 성화가 났네


그때 마을회관 이웃에 사는 젊은이가 북을 가져와서 넣어주었다.
“장구소리 노래소리가 하도 흥겨워서 혹시나 필요할까 가져왔어요.”
국악인의 장구장단에 학습자의 서툰 북장단이 어우러지면서 진도 아리랑 합창이 이어졌다. 일어설 수 있는 학습자는 덩실덩실 춤을 추었고, 허리와 다리가 불편한 학습자는 자리에서 두 팔을 멋스럽게 내저었고, 다들 목청껏 노래를 부르면서 장구공부를 마무리했다. “아따, 속이 다 시원하네.”
“장구 선생님, 언제 또 오실라? 아이고매, 이쁜 거!”
“우리 선생님! 이런 공부 자주자주 합시다!”
강사들이 수업을 마치고 돌아간 뒤에도, 한참이나 학습자들의 흥은 가라앉지 않았다. 직접 만든 청사초롱과 선물로 받은 소형 장구를 역시 선물로 받은 예쁜 색깔의 배낭 가방에 챙기면서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취재 : 김영만 기자(moktak0408@hanmail.net) [2022년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 스토리기자단]

건강을 향해 한 발짝 더! 건강한 취미를 배워요

-함평 배움행복마을 학교·건강 활력 나르샤 평생교육 프로그램-

2022년 평생교육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함평 배움행복마을학교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지난 7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전라남도와 함평군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건강·문화·예술·자격증 4개의 분야에서 성인 태권도와 바른체형교정 수업, 천연제품 만들기, 캘리그라피, 풍선아트지도사 프로그램으로 준비되었습니다. 각 프로그램별 수강 인원은 30명으로, 선착순 진행되었으며 약 3개월동안 관내에서 진행 예정입니다.

그중에서도 건강 프로그램인 ‘성인 태권도’는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지역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10대에서 70대까지, 전 연령층이 할 수 있고 나를 위한 시간으로 체형교정까지 할 수 있어 더욱 인기입니다.

“건강한 취미로 딱!”

아이들의 운동으로 더 인식되고 있는 태권도.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성인 태권도반의 열기도 대단합니다. 가벼운 스트레칭부터 시작해 기초 체력을 길러줄 수 있는 인터벌 트레이닝, 품새와 겨루기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수련하는 무도답게 배우려는 눈빛들 또한 반짝입니다.

아동 중심의 도장 교육에서 벗어나 국민 모두가 태권도를 어디서나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수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생활 밀착형 태권도 확산’에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출처 : 조선태권도장 나르샤 활력센터

뉴스레터 구독신청

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