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Vol.19

성인문해교육과 디지털 리터러시


“아직도 글을 모르는 사람이 있어요?” 문해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다. 몇 가지 통계를 설명해도 대부분의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우리나라 만 18세 이상 성인 중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수준1’(초등 1~2학년 수준)에 해당하는 인구는 약 20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의무교육과정인 중학 학력을 필요로 하는 성인은 20.1이다. 100명의 성인 중 20명이 문해교육 대상자인 셈이다. 대학 진학률 세계 최고의 나라, 교육 강국 등의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우리 사회 교육소외계층의 현실은 믿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비문해자는 특정 시기, 특정 연령층에 집중되고 있다. 전쟁과 가난, 산업화 과정에서 학교가 아닌 일터로 내몰렸던 세대이기도 하다. 주로 60세 이상의 여성, 거주 지역으로는 농촌지역에 집중되는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학령기에는 남자형제들에게, 결혼 후에는 자식과 남편의 뒷바라지에 자신들의 기본적인 최소한의 권리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희생하며 살아온 대상들이 현재 우리사회의 비문해자들이다.

문해교육은 야학, 민간 중심으로 운영되어 오다가 2006년 이후 성인문해교육 지원 사업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가 문해교육기관에 재정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교육적 지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최근 문해교육에 대한 정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높아지고 있지만, 지자체별 지원 편차가 있고 성인문해교육 지원 사업이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공모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다양한 방식의 계속교육을 원하는 문해학습자들의 요구를 보장해 주는데 여러 가지 정책적인 한계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과 한계 속에서 갑작스럽게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 학습하는 방법조차 배우지 못한 문해학습자의 현실을 세상은 이해하지 못했다. 문해교육도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하라는 정부 지침대로 어쩔 수 없이 진행되었고, 교육 양극화의 최대 약자인 문해학습자에게 더 큰 좌절로 다가오게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무학 저학력 성인들에게 온라인 교육이 절실했지만 디지털 환경에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 디지털 기기를 갖추지 못한 학습자가 대부분이고 만약 가족의 도움으로 온라인기기에 접속했다 하더라도 온라인 콘텐츠가 대부분 일방적인 강의식 교육 콘텐츠이다 보니 학습자와의 소통이 어려웠고 학습의 효과는 찾기 어려웠다.

코로나19가 만든 비대면 상황은 고령의 학습자들을 훨씬 위축시켰고 고립시켰다.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것 뿐 아니라 감염 우려로 집밖으로도 나오지 못하는 극도의 고립이 학습자들의 건강 상태나 인지 상태 모두를 후퇴시켜 기존의 지병이 악화되거나 우울감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학습동기를 저하시키고 학습 포기로 이어져 전체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문해학습자의 20~30 정도가 학습을 중단을 중단한 것으로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코로나19는 그동안 감춰 있던 문해교육의 문제점들을 그대로 드러나게 했다. 열악한 학습 환경, 재정적 어려움, 학습의 불평등, 학습 결손 누적, 교육격차 확대, 학습자 수 감소 등 문해 현장의 어려움과 문제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 역설적이게도 디지털 문해교육이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대상이지만 상대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최근 문해 현장에서도 온라인 교육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성인문해학습자를 위한 정보문해 교과서 개발과 지도를 위한 학습자료 및 학습 콘텐츠가 개발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활용 등의 디지털 문해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학습자들의 요구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단기간에 일회성으로 이뤄지고 있어 문해학습자 맞춤형 교육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기초학습이 부족한 문해학습자들은 디지털 리터러시에 있어서도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성인문해교육 학습자들은 정보기기 사용에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참여하는데도 어려움이 많다. 이들을 위한 디지털 교육은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가장 기초적인 수준으로 천천히, 반복해서 이루어져야 하며 문해학습자들을 잘 이해하고 쉽게 잘 가르쳐 주는 교사와 수준에 적합한 교재, 그리고 자신감을 길러주는 교수・학습법 개발 및 적용이 중요하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디지털 리터러시가 낮은 사람들은 생활의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패스트푸드 매장의 절반은 키오스크로 운영되고 있으며 은행과 기차, 버스터미널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온라인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다. 디지털 격차가 사회적 불평등을 일으키는 구조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에 따라 디지털 역량을 고려한 국가 차원의 교육은 중요하며 지속적인 관심과 눈높이 교육으로 이제는 디지털 소외를 넘어 ‘디지털 포용사회’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생애 첫 학습이자 마지막 학습이 될 수도 있는 성인문해교육 학습자들이 이제라도 소외되지 않고 마음껏 학습할 수 있도록 하고, 디지털 포용 정책에 있어서도 우선 배려되어야 한다. 또한 이들의 요구가 반영되도록 국가-지자체-민간 간 협업하여 성인문해교육 학습자들이 생활영역 내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관련 교육을 쉽게 접하고 그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



 성 명 : 김인숙
 소속/직위 : (사)전국문해기초교육협의회 회장
 경력(활동사항 포함)
   - 현)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문해교육심의 위원
   - 전) 마들여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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