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Vol.19

소 키우며 그림 그리는 곡성의 농부 화가

-소 55마리, 논농사 1,400평 짓는 김기술 작가 첫 개인전 열어-

77세 농부 화가, 축사 옆 작업실에서 그린 한국화 40여 점 전시
일흔이 넘어 그림 공부를 시작한 곡성의 농부 화가가 일흔일곱 나이에 첫 개인전을 가졌다. 지난 6월23일부터 7월6일까지 곡성 갤러리107과 스트리트갤러리에서 열린 김기술(호 덕운) 작가의 ‘먹의 향기 展(전)’을 취재했다.

이곳에는 6년여 동안 그려왔던 그의 한국화 작품 40여 점이 전시되었다. 소 55마리를 키우면서 논농사 1,400여 평을 짓는 77세 농부 화가의 첫 개인전, 6년간 배웠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준 높은 작품이었다.

“축사 옆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엉덩이에 종기가 나도 모를 정도로 그림에 몰두했어요.” 아침저녁으로 소 사료 주는 시간 외에는 그림에 몰입하고 있는 그는 주 1회씩 운영하는 곡성교육문화회관의 ‘수묵담채화’ 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그림에 소질도 있었지만 붓을 잡게 되면 잡념이 없어지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림을 그렸다고 말한다.

부인과 사별의 아픔 치유하고자 시작한 그림, 삶의 에너지 돼
“아내와 사별 후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중 우울증을 걱정한 큰며느리가 곡성교육문화회관에서 운영하는 수묵화 강좌에 접수를 해줘서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다닐 때 그림에 소질이 있었어요. 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 진학을 못 하게 되자 자연스럽게 그림을 포기했죠.”

그는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곧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먹고 살기 위해 이것저것 많은 일을 했다. 장사도 해봤고, 건설회사도 운영했다. 예순이 넘어 사업을 접고 소를 키우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사별의 아픔을 잊고자 그림에 빠져들었죠.” 아내를 간암으로 일찍 떠나보낸 후 잘해주지 못한 후회와 미안함으로 그림 그리기에 더욱 매진했다고 한다.

자녀들의 응원과 연습벌레로 불릴 정도로 그림에 몰두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보고야 마는 성격 탓에 연습벌레로 불릴 정도로 그림 그리기에 몰두했다고 한다.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했지만 전라남도 미술대전, 대한민국 소치미술대전, 벽골미술대전, 대한민국 전통미술대전 등에서 입선과 특선을 차지한 바 있다. 또한 곡성 지역 예술단체인 ‘묵향림’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주로 지난날의 추억과 고향, 자연 등을 그림 소재로 삼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자녀들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큰아들이 허리를 다쳐 불편한 몸으로도 소 사료를 도맡아서 챙겨주었고, 며느리는 현수막 제작과 도록 만드는 일에 적극 나섰다고 한다. 손주들도 공부하는 틈틈이 인터넷에서 그림 소재를 찾아주는 등 가족의 도움을 받았다면서 본인은 액자값 정도만 들었다며 전시회 개최 공을 가족에게 돌린다.

앞으로도 계속 그리고 싶어,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 되었으면...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편안하고 행복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그려야죠. 8월에는 ‘묵향림’ 단체전도 가질 계획입니다. 또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곡성 지역에 문화예술이 좀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음 편히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과 전시실도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좀 더 일찍 시작하지 못해서 아쉽다면서 국전에 출품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개인적인 소망도 밝혔다.

인터뷰 내내 김기술 작가와 가까이서 마주하다 보니 축사에서 봤던 소의 얼굴이 자꾸 오버랩된다. 포근하고 인자한 인상이 듬직한 소와 닮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 몇 년 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수상하는 멋진 모습을 그려본다.

취재: 박정희 기자(pkjh21@hanmail.net)
[2022년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 스토리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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