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Vol.19

문화도시 담양 예술 야시장 ‘월담’

달밤의 담양을 넘다
담양 예술 야시장 ‘월담’

전원생활을 좋아하는 중년 이후 연배의 사람들이나 젊은 사람들은 시골로 이사 온다. 나도 4년 전 담양의 한 시골 마을로 이주했다. 시골에서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주위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시골로의 이주를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만 우리는 도시에서 살았을 때보다 5배 더 행복하게 잘 산다. 꽃도 심고 텃밭도 가꾸고 논두렁 밭두렁 길도 걷고 산길도 걷노라면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데 시골로 이주한 젊은 분들과 중장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독신이나 결혼한 사람이나 공통적으로 시골 생활이 ‘놀(활동) 거리’가 없어서 무료하거나 재미없다고 했다. 내가 아는 중년 여성도 도시에서 환경 관련 활동을 열심히 하고 남편은 교직 명예퇴직해 친정 마을로 들어왔는데 “도시에서 이주해오는 사람 대상으로 놀 거리, 즉 활동 거리를 소개해주면 좋겠다.”라고 했다. 젊은 학부모는 “아이들 데리고 놀러 갈만한 곳이 없어요.”라고도 한다.

그래서 이런 분들의 요구를 읽어내 담양문화재단(2014년 출범)의 30여 명의 직원들은 열심히 뛰고 있다. 특히 담양군은 올해 예비 문화도시(전국 16개)로 지정되어서 담양문화재단 내 ‘문화도시 추진단’을 구성, 활발하고 공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 10월 초 현장평가를 시작해서 11월 말경 4~6개 문화도시가 결정된다. 문화도시에 선정되면 중앙 정부 100억과 지방비 100억의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

내가 담양으로 이주해서 경험한 담양문화재단의 활동만으로도 첫째, ‘바퀴 달린 문화도시’-담양군 소재 312개 마을에 문화 트럭과 지역예술가들이 찾아가 내 삶터 100걸음 내에서 소소한 문화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둘째, ‘문화도시 人 작당소’-문화도시 담론 형성과 토론과 대화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주민 스스로 지역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주민 주체 토론장을 열었다.
셋째, ‘문화가 별거 간디’-마을의 문화를 발견하고 주민의 일상을 기록하여 일상이 모여서 문화가 되고 문화가 일상에 보탬이 되게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넷째, 군민 대상 분과 모임(농업·미래다양성·예술·생활문화·생태환경·평생교육) 활동을 통해 상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은다.


내가 속한 ‘미래 다양성 분과’ 모임이 있는 날 문화재단에서 ‘월담 야시장’ 많이 홍보해달라고 했다. “지역예술가·농업인·죽공예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하는데 왜 다문화는 없나요?”라고 하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희도 하고 싶은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몰라서요.”라고 해서 “그럼 제가 제안해도 되나요?”라고 하자 잠시 내부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하더니 다음날 연락이 왔다. 두 개의 부스 준비해줄 수 있다고 해서 급하게 케냐 친구와 인도 친구에게 연락해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의견을 물었다. 두 친구가 ‘케냐 스타일 팔지’ 만들기와 ‘인도 헤나 문신(헤나 문신:식물성으로 2주 이내에 지워진다)’을 하자고 해서 월담 야시장에 참여하게 되었다.

9월 2일 오후 5시까지 현장에 가서 준비하고, 6시부터 10시까지 체험객을 받았다. 체험객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이틀간 쉴 틈이 없었다. 어린아이들과 젊은 부모 혹은 조부모를 포함한 대가족들이 와서 함께 케냐 팔지 만들기와 헤나 체험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또 주민‧예술가‧농업인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 소통하는 장이기도 했다. 특히 행사가 담양 구 중심지 활성화 사업으로 리모델링한 ‘다미담 예술구’에서 진행되어 의미가 있었다.

우리 두 부스는 ‘담양 야시장 월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부스로 자타가 공인할 정도였다. 밤에 다른 부스는 철수 준비하는 상황에서도 우리 두 부스는 아직도 체험객들이 줄을 서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어쩔 수 없이 9시 30분에 정리하느라 멈추어야 했다. 늦은 시간 고3 세 명이 왔는데 못 해 준 것이 내내 마음 쓰인다.

인도 친구는 4시간여 동안 허리 숙여 헤나 문신을 그리는데 중간에 딱 한 번 5분 쉬었다. 케냐 친구는 혼자 체험객 응대가 어려워 부인까지 동반해서 왔다. 이렇게 쉴 시간도 없이 이틀을 일해서 육체적 피로는 있었지만 ‘담양 야시장 월담’을 즐기는 방문객들의 밝은 에너지 덕분인지 기분이 좋았다. 이번 행사를 진행하는 담양문화재단도 행사를 즐기는 방문객들도 다 만족스러워했다.

야시장을 준비한 문화재단 임직원들을 인터뷰했다.


“담양예술야시장 월:담’을 준비하는 과정은 담양을 만나는 과정이었습니다. 담양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분들, 공예로 담양을 지키는 공예인분들, 농사짓는 농부님들, 그리고 지역의 상인분들까지 한분 한분 만나서 취지를 설명해드리고 참여 의사를 타진하고, 야시장 추진에 장벽을 해결하는 방법까지 논의하여 야시장이 펼쳐졌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빛나는 야시장이 될 수 있었습니다.” - 임선이 문화도시추진단 단장 인터뷰


“담양이라는 도시를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야시장이라는 문화 콘텐츠가 큰 도시뿐만 아니라 작은 지역 담양에서도 훌륭하게 보일 수 있는 콘텐츠로 되어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 김채은 연구원 인터뷰


이번 기회에 타지에서 이주한 이주민과 담양의 선주민, 그리고 젊은이들과 어른들, 여기에 관광객까지 함께 어우러져서 즐겁게 보냈다. 모두에게 담양이 더 가까워지고 따뜻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취재 : 양홍숙 기자(hongsook2@hanmail.net)
[2022년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 스토리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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