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Vol.19

사회적 기업과 마을기업 활성화를 위한 공동체



모세환(지역공동체활성화센터 대표)

공동체라는 말이 당연하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말 그대로 ‘이웃사촌’같이 마을, 동네 사람들은 모두가 스스럼없이 지내던 관계였고, 이웃집 아이가 집에 혼자 있게 되면 옆집에서 밥을 먹거나 부모님을 기다리는 것이 이상하지 않던 그런 날들이 있었다. 산업화, 도시화 이전에는 사람들은 본래 삶의 터전인 지역사회 내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산업화, 도시화는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통적인 도시발전 방식’인 대자본유치를 통해 진행되었다. 당시 지자체들은 너나할 것 없이 대기업, 외국인 투자 등의 금융자본의 유치를 통해 지역산업발전을 추진했다. 지역도시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신도시와 산업 간접자본 개발에 필요한 금융 자본이 필요했다. 이렇다보니 일자리와 사람이 발전되는 곳으로 몰려들게 되었다.

산업화가 진전됨에 따라 삶의 방식이 자본화, 개인화, 그리고 도시화되었으며 이로 인해 지역사회의 형태 또한 변화하게 되었다. 사회, 경제적인 문제로 사람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공동체적인 요소가 사라지는 도심에서 새로 온 이방인들은 소외되었고, 이와 동시에 지방에는 사람이 사라졌다. 공동체의 붕괴는 사회의 변화와 함께 가속화된 것이다.

대자본 주도의 지역발전 모델은 견고해보였다. 하지만 2010년대로 접어들자 대자본 주도의 전통적인 도시발전이 더이상 능사가 아닌 것을 알게 되었고, 2010년대 초반, 서울을 필두로 도시정책 기조를 신도시와 재개발에서 도시재생, 그리고 사회적 경제를 해답으로 내놓았다.

도시활성화(도시재생)의 모태는 흥미롭게도, 한국이 대자본의 힘으로 성장하던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뉴욕주지사 로버트 모세는 개발론자로, ‘건설 불도저’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엄청난 규모의 교통 인프라 시서을 갖춰 도시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그는 뉴욕 맨하튼의 소호지역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로어 맨하튼 고속도로를 건설하려고 하였다. 이에 반기를 든 건 미국의 도시활성화(재생)정책을 날카롭게 비평하여 유명해진 스크랜턴트리뷴기자 출신인 제인제이콥스였다. 지역의 공간적 분할로 야기될 커뮤니티 파괴를 걱정한 생태학자인 제인제이콥스는 도시의 미래는 기존 주민 생태환경을 보존하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며 오랫동안 투쟁했다.

이 일은 도시계획사 최초의 도시계획 논쟁으로 기록되었는데, 결국 그녀가 승소하며 소호 지역은 독특한 문화가 있는 뉴욕의 자부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당시의 기조는 전면 개발로 도시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었는데, 제인제이콥스는 오래된 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골목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 주장은 새로웠고 오늘날 도시활성화(재생)의 모태가 되었다. 제인제이콥스는 오래된 것과 노후화는 다르며, 도시의 실패가 노후화를 만들고 다양성의 파괴는 도시를 쇠퇴하게 만든다고 하였다. 도시를 되살리는 힘은 다양성과 주민 중심의 지역공동체에서 나온다.

우리는 화려하게, 세련되게 지어진 커다란 건물을 많이 보았다. 그리고 높은 임대료, 현실과 떨어진 사업성 때문에 그 커다란 건물이 텅텅 빈 채 아무도 오가지 않는 경우도 보았다. 공동체를 고려하지 않은 도시재생은 이런 케이스와 같다. 지역이, 공동체가 주도가 되지 않고 어느 독립적인 주체가 진행하는 도시재생은 겉은 번드르르하지만 속은 텅 비어버린 결과로 남기 쉽다. 우리는 겉은 허름할지언정 안에는 마을 어른들이 항상 계시는 그런 식당을, 모던하며 세련되었으나 손님이 아무도 없는 식당보다 더 신뢰하며 선호한다. 결국에는 ‘공동체’, ‘활력’이라는 원동력이 도시활성화의 기반이라는 말이다.

공동체가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도시재생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도 주거복지환경을 개선하던 정책에서 점차 공동체의 형성을 목표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정부가, 지자체가 다양한 활성화정책을 벌이며 ‘공동체’의 지원을 진행할 때만 유지되었다가 지원이 끝나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그런 공동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것은 사실 정부도 알고 지자체도 알고 있다. 그래서 공동체 ‘수’보다 ‘질’의 향상을 위해 주민역량강화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다양한 고민 후 귀결된 것은 성공적인 도시활성화(재생)와 공동체를 위해서는 주민에게 비전을 제시해야한다는 것이다. 사업의 시작과 종료를 함께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공동체의 결속이나 사업의 내용이 지속될 수 있도록 주민이 지닌 역량을 지역에 녹여내는 단계를 거쳐야한다.

도코로지스트라는 용어가 있다. 장소를 뜻하는 일본어인 ‘도코로ところ ’에 전문가,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진 –ist가 붙은 것으로, 자기 지역에 자주 다니고 그 장소에 관해서라면 다양한 분야에 통달해 있으며, 지역에 애착과 귀속감을 가진 사람이다. 도코로지스트의 전문성은 대학에서 공부를 해 습득한 지식이 아닌, 그 장소를 걸었던 시간과 그 장소에 대한 강한 애정만 있으면 누구라도 습득할 수 있다. 도코로지스트인 주민들이 모여 만든 공동체, 그리고 그 공동체가 주도로 만드는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의 이야기는 창의적이고 다양하게 진화하여 오래된 것의 ‘노후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전남의 마을기업,사회적기업이 평생학습 공동체의 철학을 함께 공유해나가며 선도모델이 되어주길 간절히 소망한다.



 성 명 : 지역공동체활성화센터남도를이야기하는사람
 소속/직위 : 대표
 경력(활동사항 포함)
   - 순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2015~, 코디네이터)
  - 문화체육관광부 관광두레(2014~15, PD)
  - 순천시 정책자문위원회(2018~, 자문위원)
   - 문화재청 문화재활용사업(2016~, 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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